올해(2024)도 왕릉천행 행사가 진행되어서, 내용을 확인해 보니, 코스는 비슷한데, 작년까지는 명칭을 어느 왕릉을 가느냐에 따라 정했다고 치면, 이번에는 실제 실록에 남아 있는 원행길을 재현하는 식으로 해서 명칭을 명명했더군요. 그러다 보니 'YYYY 무슨 임금 원행길' 이런 식으로 명칭이 정해졌던데, 총 6개 코스 중에 유일하게 이와 같은 식으로 명칭이 정해지지 않은 코스가 이 글에서 소개하는 '우리의 원행길 - 왕실여인의 길'입니다. 이 코스는 왕릉, 즉 임금 또는 추존된 임금의 묘가 아닌, 사후에 자신이 낳은 아들이 왕이 되거나 또는 추존왕이 되면서 그에 따라 추존된 후궁들의 묘를 찾아가는 원행길이었습니다.
그래서 그 시작은 청와대 옆에 있는 칠궁이었습니다. 예전에 칠궁을 별도의 특별관람을 신청해서 간 일이 있는데, 이번에는 왕릉천행 행사로 다시 방문을 했습니다. 행사 시작 시간인 10시보다 30여분 정도 일찍 도착했더니, 기다리는 시간에 미리 칠궁에 들어가서 돌아봐도 된다고 해서, 방문객이 없는 칠궁 내를 돌면서 사진을 좀 찍었네요.
칠궁은 사실 궁이라고 되어 있지만, 경복궁 같은 궁궐이 아니라 신주를 모시는 사당입니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7분의 신주가 모셔진 사당이라는 의미로 칠궁인데요....
칠궁을 입장해서는 바로 나오는 마당(?)에서 오른쪽으로 들어가면, 재실이 있습니다. 이 재실 바로 오른쪽이 청와대인데 예전에는 이쪽으로 사진도 못찍게 했던 거 같은데...
암튼 이 재실을 돌아서 오른쪽 뒤로 들어가면 우측 권역에 홀로 있는 육상궁(毓祥宮)으로 이동했습니다. 육상궁은 원래 숙빈묘(淑嬪廟)로, 숙종의 후궁이자 영조의 친어머니였던 숙빈 최씨의 사당이었는데, 영조가 자신의 재위 기간에 어머니를 수 차례 승격시키면서, 그에 따라 사당도 육상묘(毓祥廟)로 칭호를 변경했다가 결국 마지막엔 육상궁이 되었는데요. 근데 이후에 고종 때 여러 다른 후궁들의 신주가 육상궁 영내에 모셔지면서, 육상궁에는 영조의 후궁이자 추존왕인 진종 aka 효장세자(사도세자의 이복형)의 친어머니인 정빈 이씨의 신주가 함께 모셔지게 되어서, 아래 사진에 보면 이 육상궁에는 현판이 2개, 즉 육상궁과 정빈 이씨의 사당인 연호궁(延祜宮)도 함께 달려 있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연호궁이 바깥에 잘 보이는 자리, 그리고 육상궁은 안쪽에 들어가야 보이는 자리에 있더군요.
동편에 위치한 육상궁/연호궁을 보고 나서는 육상궁 왼쪽에 난 조그만 문을 내려와서는 서쪽으로 이동했습니다. 이동하는 길에는 우물과, 조그만 인공 호수-냉천과 냉천정이라는 전각이 있더군요. 재실처럼 단청이 없는 일반 한옥처럼 된 건물인데요...
냉천정을 지나 조금 더 지나면 나머지 5분의 신주가 모셔진 4개의 전각이 있는 서편에 도착했습니다.
서편 권역으로 들어가는 문을 지나면 가장 앞에서 맞이하는 전각은 덕안궁(德安宮)으로, 이 사당은 고종의 후궁이자 순종의 황태자로 지명되었던 순종의 이복동생인 의민태자 aka 영친왕의 친어머니인 순빈 엄씨의 신주를 모신 곳입니다. 이 덕안궁은 여기 있는 7개의 사당 중에서 가장 마지막에 합류(?)한 사당입니다.
덕안궁을 지나 왼쪽으로 나서 뒤로 가는 길로 가면, 3개의 전각이 존재하는데요, 여기에는 4분의 신주가 모셔져 있습니다.
일단 가장 왼쪽에 위치한 사당은 저경궁(儲慶宮)으로, 14대 선조(네, 임진왜란 때 그....)의 후궁인 인빈 김씨의 사당입니다. 사후에 손자인 능양군이 인조반정으로 임금이 된 이후에 굳이 자기 아버지인 정원군을 추존왕으로 만드는 바람(^^)에 그의 친어머니인 인빈 김씨도 승격되면서 이렇게 사당이 생겼습니다. 최근 아파트 건축 문제로 이슈가 되는 김포 장릉이 바로 이 추존왕이 된 정원군의 묘인데요.... 할말하않.
저경궁 오른쪽에는 대빈궁(大嬪宮)이 있는데, 이 곳은 숙종의 후궁(한 때는 정실이었던)인 그 유명한 희빈 장씨의 사당입니다. 희빈 장씨의 아들이 영조의 이복형이자 20대 임금이었던 경종이고, 이후 역사적 사건들을 생각하면, 같은 칠궁 영내에 희빈 장씨와 숙빈 최씨의 사당을 같이 두는 건... 대빈궁을 이곳으로 옮긴 고종이 좀 너무 했다는 생각도....
그리고 가장 오른쪽에는 경우궁(景祐宮)이 보입니다. 일단 단 위로 올라가지 못하는 상황에서는 경우궁 현판만 보이는데, 일단 이 경우궁은 정조의 후궁이자 그의 아들인 순조의 친어머니인 수빈 박씨의 사당입니다. 그리고, 이 경우궁 건물에는 선희궁(宣禧宮)이라고 하는 또 다른 분의 신주를 모시고 있는데요, 바로 영조의 후궁이자 사도세자(이후 추존되어 장조가 된, 정조의 친아버지)의 친어머니인 영빈 이씨의 신주입니다. 아래에서는 안 보여서, 셀카봉으로 휴대폰을 팔을 쭉 뻗어 밀어 넣어서 겨우겨우 현판 2개가 같이 나오는 사진 하나 건졌네요.
육상궁에 같이 하게 된 연호궁과 마지막으로 얘기한 저경궁, 대빈궁, 경우궁, 선희궁은 고종 때 원래는 육상궁이었던 권역에 함께 모이게 되면서 칠궁으로 불리게 되었고, 최근 드라마 '옷소매 붉은 끝동'의 주인공 중 하나였던 의빈 성씨의 사당인 의빈궁(宜嬪宮)도 함께 있었으나, 지금은 사라졌다고 하네요.
그렇게 서쪽 권역까지 보고는 다시금 칠궁 정문 쪽으로 나와서는 왕릉천행 행사에 참여하면서 다시 한 번 천천히 칠궁에 대한 설명(위에 기술한 내용들)을 들으며 관람했습니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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