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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 around/Miyazaki 2019

[Spring Camp 03]Beatles와 ラーメン

[Wishbeen에 전체 일정을 볼 수 있도록 했어요. 여기로 가셔서 전체 일정을 간략히 보세요.]

 

결혼 전 홀로 여행을 다닐 때면, 먹는 것엔 그닥 신경을 쓰지 않고, 맥주나 와인 같은 것에는 좀 신경을 썼었는데, 결혼 후 여행을 다니면서는 어쨌든 맛집이나 유명한 레스토랑을 찾아서 실제로 가 보기도 하고 그렇게 되었는데... 이번에도 여행 전에 한 두군데 찾아둔.. 주로 나는 그냥 이 지역 특산품이라고 하는 거나 뭐 이런 거를 찾아두는데, 마나느님의 경우에는 이 지역에서 먹을 수 있긴 하지만 뭐랄까 특산품이라기 보다는 그냥 취향에 맞는 그런 음식들을 하는 곳을 찾아두는....

여행 둘째날 아침에 찾아간 이 らーめんマン이란 가게 역시 아내가 찾아 놓은 가게. 여행 오기 전 세워둔 계획에 따르면 오후에 두산 베어스의 연습 경기를 보기로 되어 있어서, 새벽 일찍부터 일어나 편도만 2시간 정도 걸리는 타카치호 협곡(高千穂峡)을 가야 하는 일정이라 새벽부터 하는 가게를 찾다 보니 마나느님이 찾아둔 이 집을 들리게 되었다.

윗 사진에서 보듯이 아침 6시부터 밤 11시까지 하고, 또 아침 10시까지는 마치 조조할인처럼 할인된 가격(440원)으로 제공되어서 일단 이 가게로 새벽부터 보슬보슬 내리는 비를 뚫고 숙소에서 출발. 미야자키 중심가에서는 좀 벗어났지만, 그닥 멀리 있진 않은지라 금방 도착해서 들어가보니 가게 외벽과 실제 가게 사이에는 길쭉하게 된 공간이 있었다. (아래사진 참조) 아마 손님이 많을 때에는 여기 앉아서 만화도 보고 하면서 기다리는 공간으로 사용하는 듯 했다.

여기 앉아서 만화 보며 기다리는 듯. 아침 시간이라 아직 손님이 몰리진 않았다.

일본은 자판기 천국이라는 얘기를 말로만 들었지, 실제로 그 자판기를... 아니 자판기식 주문을 하는 걸 실제로 해보게 될 줄은 몰랐다. 이미 한국에도 이런 가게가 있다고는 하는데, 아직 만나본적은 없고, 요즘 패스트푸드계의 거인 M사 매장에 터치 스크린을 통해 주문을 하는 건 해 봤지만 서도... 카드 넣는 것도 잘 안 보이고, 뭐 일본은 일단 무조건 현금이라고 준비하고 와서, 마나느님과 아직까지도 익숙하지 않은 일본 동전들을 뒤져가며 잔돈을 최대한 안 만들려고 하면서 440엔짜리 라면과 교자까지 주문하니 쿠폰 같은 것이 나와서 그걸 챙겨 들고 이제서야 가게로 들어섰다.

티켓.. 그렇다 먹고 싶은 걸 받으려면 여기서 돈을 지불하고 티켓으로 교환해야 한다.
자판기에서 교환한 티켓

대충 빈 테이블에 앉아 있으니, 가게 직원 아주머니가 오셔서는 위 사진에 나오는 티켓을 확인하고는 주방에 주문을 넣는다. 그리고는 음식은 준비되기 시작하고 난 뒤 실제 음식이 나오면 해당하는 티켓을 회수해 가는 방식으로 서빙이 이루어졌다. 추가 토핑 같은 걸 물어보는데, 짧은 일본어 실력에 알아듣지 못해 그냥 후쯔..... 보통이요 보통 이러면서 그냥 넘어갔다.

그러고 가게를 좀 둘러보니, 딱 봐도 알 수 있는 가게 주인사마의 덕후력...... 세상에 Beatles의 Poster들로 가득한 벽이라니.... 그리고 식당에 나오는 노래는 Beatles의 노래들이 무한 반복. 정규 앨범 뿐만이 아니라 B-Side라던지 정말 희귀곡들도 나오는데..... 라면을 먹기 전부터 이미 주인장은 배가 불러오고 이미 극강의 맛을 본 듯한 기분!!! 역시 마나느님의 말씀은 팥으로 메주를 쓴다고 해도 믿어야 하는 것!

창문 위로 빽백하게 놓인 Beatles의 Album 자켓 사진들.
주방이 저 안에 보이고 그 위 벽에는 Beatles의 부도칸 공연 포스터가 보인다. 그리고 알 수 없는 이들의 싸인 액자들.
전국으로 택배로 보내진다는 이 가게의 라멘

일본의 모 대회에서 일본 최고의 라멘으로 뽑혔다는 이 가게의 라멘. 먹기 전부터 가게 분위기와 착한 가격(조식 가격에 근처 학생들이 오면 학생할인 가격도 있다고 한다)에 맘을 빼앗겼다. 전국 택배가 된다는데, 가능하면 한국으로도 택배로 보내주면 안되나 하는 쓰잘데기 없는 상상을 할 때 드디어 아침 식사... 라멘이 나왔다.

 

챠슈멘으로 기억하는... 근데 그렇게 기름지지 않고 오히려 시원하고 말끔했다.
조식 특별 라멘. 보통 생각하던 일본식 라멘 치고는 비쥬얼도 매우 깔끔했다.

라멘은 한국에서 먹던 일본식 라멘과 보기엔 크게 다를 건 없었지만, 기름기 때문에 입술이 끈적끈적해지고 입안이 텁텁해지는 게 거의 없는 매우 시원하고 깔끔한 맛이었다. 숙주와 면발도 딱 적당했고, 어젯밤 숙소에서 자기 전에 먹었던 맥주로 인한 숙취를 아주 개운하게 풀어주는 맛이었다. 라멘 2개에 교자 1접시를 먹고도 만 5천원 정도. 역시 조식 할인이 크긴 했지만, 어쨌든 이렇게 아침 일찍 렌트카로 먼 길 떠나기 전에 든든하게 먹을 수 있는 가게라, 맛도 좋고 가게 인테리어나 음악도 좋고 너무나 맘에 들었던 가게. 그래서 그 다음날 아침에도 또 먹으러 간 건 비밀 아닌 비밀.

그렇게 아침을 든든하게 먹고, 길 건너편에 있는 편의점에서 이것저것 편의점에서만 살 수 있는 신기한 먹거리들과 마실 것들을 사고는 바로 동큐슈고속도로를 타고 북쪽으로 이 날의 첫 관광지로 차를 몰고 출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