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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 around/Miyazaki 2019

[Spring Camp 01]미야자키 도착 & 아오시마 신사

[Wishbeen에 전체 일정을 볼 수 있도록 했어요. 여기로 가셔서 전체 일정을 간략히 보세요.]

 

미세먼지가 새벽의 찬 이슬과 함께 전방 100m도 확인 못 할 정도로 심했던 이른 아침, 집에서 출발해서 영동고속도로와 인천공항고속도로를 달려 도착해서 아침 비행기를 타고 하늘을 달리기 시작한지 약 1시간 반 정도. 도착지인 미야자키에 다가오면서 내려다 본 규슈는, 일단 그 높은 곳에서 아래 지면이 보인다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맑은 날씨/공기인지가 감격스러울 정도. 2시간 전의 그 뿌옇게 가려진 하늘은 온데간데 없이 드높고 새파란 하늘 사이 하얀 구름이 얼마나 반갑던지... 도착하는 순간부터 기분이 좋아지고 맘에 들려고 하는 미야자키였다. 

 

작은 공항이라 입국 심사대는 한 손으로 셀 수 있을 정도로 작았고, 오히려 입국 심사대 앞에 놓인 신분증(여권)과 지문등록하는 기계로 안내하는 한글로 적힌 팻말과 진행에 필요한 한국말을 간단하게 쓰는 약간은 나이 있으신 공항직원들이 신기할 정도. 한 때 일드에 빠져 몇 백편을 봤던 덕에 간단히 일본말로 인사하고, 대화하고 하며 현지 적응을 시작하고 나선, 공항 안내데스크에서 렌터카 사무소로 간다고 하니, 렌터카 사무소에 전화해서 픽업 차량을 호출해주고는 공항 밖 주차장 안에 있는 렌터카 승하차 장소로 안내해줬다. 안내받은대로 나가다 본 하늘은 정말 예술이었다. 생각해보면 나 어렸을 적에도 대한민국의 하늘도 참 맑고 높고 파랬는데.... 언제부터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지 않게 된 건지....

렌터카 사무소에 도착해서는 예약 내용을 확인하고.... 워낙 한국 관광객이 늘다보니, 한글로 정리해 둔 주의사항, 안내문구를 뽑아놓은 프린트물을 주더라는. 대신 아직 한국어를 유창하게 쓰는 직원이 없는 건 조금 아쉬웠다. 뭐 그래도 현지에선 현지어를 써야지... ㅎㅎ

미야자키 여행의 동반자였던 Tanto

예약했던 차에 짐을 실고(캐리어를 30인치로 가져갔더니 트렁크에 들어가지 않아서 뒷좌석을 접어서 실은 건 에러 ㅋㅋㅋㅋ), 생애 첫 우측 좌석에서 운전하는 것에, 같이 동행했던 마나느님의 얘기에 따르면 얼이 빠지고 완전 긴장해서는, 마치 운전 실습 처음 나온 초보운전자처럼 시속 30키로가 넘어 가면 부들부들, 내가 왜 왼쪽으로 달리지? 차가 지금 차로 가운데 잘 있나? 어, 우회전 나오면 어쩌지? 이러며 내비의 안내 문구(다행히 한국말로 설정이 가능하다)를 쫑긋 귀를 세워 들어가며 한 20분 정도 운전해서 첫 목적지인 아오시마(青島)에 도착했다. 원래 여행 준비할 때에는 아오시마역 앞의 무료주차장이 있어 거기 주차할 계획이었지만, 첫 운전에 완전히 그 사실을 까먹은 나는, 도착지에 거의 다 도착했다는 안내에 두리번 거리다가, 자기네 주차장으로 들어오라고 호객하는 아주머니에게 그냥 무방비 상태로 따라 들어가서는 결국 유료주차장에 차를 대고, 거기다 그 주차장과 함께 운영되는 기념품 가게에서 음료와 과자를 구입하고야 말았다는... 뭐, 약간 덥기도 했고 비싸진 않았지만, 무료 주차장이 있는데... ㅋㅋㅋㅋ 

 

아오시마 신사로 들어가는 길, 양 옆으로 이런저런 가게들이 있다.
해변에서 신사까지 데려다주는, 마치 태국의 툭툭과 유사한 형태의 오토바이 택시. 귀엽다.

주차를 하고나서는 오후 1시의 따뜻한(솔직히 땀이 많은 내겐 약간 덥기도 했던) 날씨 속에서 첫 목적지인 아오시마 신사로 걷기 시작했다. 좁게 난 길은 그냥 우리 서해안의 조그만 섬의 해변으로 가는 길과 그닥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길은 정말 깨끗했다. 그렇게 한 5분 정도 걸어 가니 탁 트인 해변과 건너편의 숲이 울창한 조그만 섬, 그리고 그리로 넘어가는 다리가 보였다. 

 

알고 오긴 했지만, 직접 본 저 백사장이 있어야할 저곳에 거무튀튀한 돌덩이들이 있는 것을 직접 보니 너무 신기했다. 이른바 도깨비 빨래판(鬼の洗濯板)이라고 불리는 건데, 정말 검은 돌바닥을 빨래판과 같이 홈을 일정한 간격으로 만들어낸 게 그저 놀라울 따름. 화산 활동의 여파로 생긴 화강암들이 그 긴 세월 모래가 되지도 않고 저렇게나마 모양을 유지하면서도 신기하게 남아 있는 것이... 여행 기간 동안 알게 된 거지만, 같은 규슈 동쪽 해안선이지만, 이 아오시마 근처에만 이런 화강암을 마치 쟁기로 골을 만든 것과 같은 것이 존재했고, 조금 더 아래인 니치난이나 북쪽인 휴가에서는 볼 수 없더라는...

 

012

도깨비 빨래판을 옆에 두고 길을 따라 터덜터덜 들어가다 보면, 아오시마 신사를 만나게 된다. 태어나서 처음 방문한 신사인지라, 모든 것이 신기했다.... 사실 일본 드라므를 보면 신사에서 소원을 비는 모습들을 종종 봤는데, 그걸 직접 보게 된다는 게 더욱 설랬던 거 같다. 신사는 그닥 크진 않았다. (이후 다녀온 신사들과 비교해도 큰 사이즈는 아닌 듯) 바깥문을 들어가면 일단 손을 씻는 곳과 부적 등 갖가지 물건을 사는 곳이 있었다. 일단 우리도 우물(?)에서 한 바가지 퍼서는 안내문에 적힌대로(다행히도 안내문도 일어, 영어 그리고 한글이 있었다) 왼손 오른손을 물로 헹궈 내며 손을 먼저 씼었다.

거길 지나 계단을 올라 내문(안문?)을 지나니 신사 본당과 바깥쪽보다 훨씬 많은 기념/소원 빌기 위한 부적 같은 것들이 여기저기 팔기도 하고 신사 여기저기에 붙여져래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본당 앞에서 두 손 모아 합장하며 기도를 하는데.... 그닥 이 신에게 빌고 싶은 맘은 없는지라, 기도는 안했지만, 그래도 남이 하는 걸 보니 신기해 보이긴 했다.

 

본문 너머로 본당이 보이고, 그 앞에 소원을 비는 사람들
신사 본관(?) 건물
본관 건물 왼쪽에 근처 소학교의 아이들이 써놓은 서예
이 날도 누군가가 각자만의 소원을 빌고 있다.

뭐 어디나 있는 신화지만, 우리 입장에서는 역사적인 문제도 있고 해서 민감할 수 밖에 없어지는 일본의 고대 신화 속에서 천손이 강림해서 내려왔다고 하는 큐슈 지방, 그것도 이 미야자키 현(실제 존재하는지도 정확히 알 수 없는 초대왕인 진무가 오사카로 넘어오기 전에 있던 곳이 여기 미야자키현이라고 함)이다 보니, 일본인들에게는 마치 우리네 경주와 같은 느낌으로 옛날 일본의 고대 유적지 같은 개념으로 따뜻한 남쪽 나라도 볼 겸 자기네가 철떡같이 믿는 그 일본 신화 속 나라를 보러 오는 동네. 그렇다 보니 여기네 신사들도 그 때의 신계 또는 일왕네 조상들과 관련된 신사가 많은데, 여기 아오시마 신사 역시 일본 초대왕(이라고 믿고 있는) 진무의 할아버지/할머니와 그 신하를 모신 신사라고 해서 많이들 온다고 한다. 뭐, 나야 알 바 아니고, 그 초대왕이 큐슈가 아니라 경주에서 왔다고 해도 상관없는지라...

 

불교의 사찰의 경우에도 사찰 내 각 전각별로 모시는 부처님이 다르다. 보통 대웅전이라 부르는 본전에는 석가모니를 모시고 그 주위에 협시보살이라 하여 문수보살과 보현보살을 모시며, 무량수전에는 아미타불을 모시고 있으며, 또 다른 부처님은 각기 다른 전각에 모신다고 한다. 4대 부처님이라고 부를 수 있는 석가모니, 아미타불, 약사여래, 미륵불 중 하나를 골라 모시거나 또는 여러 부처님을 모시는 게 절이라면, 신사는 각자의 신사가 제사를 올리는 이른바 신들이 너무 다르다고 하는데... 뭐, 집에 조상신을 위한 조그만 제단을 가지고 사는 일본인들이니가...

어쨌든 본당에 모시는 신들은 아까 얘기한 초대 일왕의 할배/할매와 신하(?)인데, 그 옆에 각기 다른 신을 모시는 조그만 제단이 또 있었고, 본당을 바라봤을 때 오른쪽 숲길로 들어가면 마치 신령수(신령한 나무)를 모시는 것과 같이 나무 앞 자락에 조개 등을 던져 놓은 제단과 또 조그만 목조제단. 누굴 모시는지는 모르겠지만, 마치 원시림에 들어가는 느낌을 주는 곳에 이런 제단이 있으니 뭔가 좀 으스스한 느낌도 없진 않더라는.... (20도 가까이 올라가는 따뜻한 날씨인데, 여기는 의외로 서늘해서 GOOOOOD.)

 

 

그닥 크지 않은 신사라 한 30분 정도 사진 찍고, 천천히 구경하면서 보다가 미야자키 관광의 첫 목적지를 끝내고, 다음 목적지를 향하기 위해 주차장으로  다시 걸어나왔다. 나오는 길에 망고 음료 하나 사먹었는데.... 아쉬운 건 망고 수확철이 아니라서..... 칠레산 망고였다는 건 에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