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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Story/세상만사

정덕(?) 3년차 소회

2017년 5월 9일 대한민국 19대 대통령 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의 문재인 후보가 당선되어, 5월 10일 국회 로텐더홀에서 취임식을 거쳐 대한민국 19대 대통령으로써의 임기를 시작했다.


야구나 보러 다니고, 보드게임이나 하고, 영화 보고, 일하기 보다 놀고 쉬는 게 더 좋은 게으른 나라는 인간이 실제 정당에 가입하고 그 정당활동을 하면서, 트위터에 세컨 계정 만들고 정치적인 얘기 막 써대고, 급기야는 친목질용인 페북까지 선거운동에 활용하고..... 내가 생각해도 참 많은 변화가 있었다.


회사에서 미국 보내주는 그 시점이 묘하게 되어 생각하기도 싫은 2007년 대선은 부재자 투표조차 하지 않고, 멀리서 블로그에 당시 대선에 나온 모든 후보를 모두까기나 하면서, 그러면서 혼자 난 세상 깨끗한 척, 더러운 정치 운운하면서 지냈었다. 미국에서 돌아와 한국의 엿같은 상황이 현실이 되면서 그래도 투표는 했지만, 그건 하고 싶어 하는 투표라기 보다는 정말 찍기 싫은데, 그래도 투표라도 하고 욕하는 게 쿨해 보였고, '내가 널 투표해줬지만, 그건 내가 널 좋아하거나 지지해서가 아니라, 그나마 니가 쟤보다 덜 나빠서야'라면서 투표만 할 뿐, 그냥 정혐이었던 것. 그러니, 고향의 부모님을 설득할 의지도 없었고, 민주당보다 좀 더 좌로 가 보이는 정당이 나오면 신상 관심 보이듯 좀 관심 보이다가도 집권 가능성도 없는 그런 정당에 왜 투표해 하면서 그냥 다 무시하고 살았던 거. 그리고, 그나마 좀 관심을 가졌던 2012 대선이 끝나고는 이미 이 놈의 나라는 끝이라며 정말 정치는, 정치인은 개쌍..... 이라며 욕만 하고 다녔었다.


그러다가 2014년 4월 16일 그 비극적인 일이 벌어졌다. 정말 있을 수 없는 일들이, 말도 안 되는 일들이 계속 되었고, 제대로 된 국가, 정부, 정치라면 해 줘야 할 일들이 하나도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에 너무나 분개했었다. 매주 토요일 세월호 관련 서명을 받으러 나가고, 도보행진도 참여하고, 집회도 나가고, 동조 단식도 해 봤지만, 아무 것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개인적으로 사람이 아닌 짐승, 아니 악마들로 보는 현 정부나 집권여당이 그러는 건 그렇다 치더라도 140여석의 거대 야당이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너무나 화가 났다. 아니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국민의 뜻에 따라 뭘 하자는 의원보다 집권여당과 조중동의 장단에 놀아나는 의원들이 더 많다는 사실에 더 열받았다. 그리고, 그 옆에서 그냥 소리만 질러내는 소수 야당도 너무 화가 났다. 그리고 몇 개월이 지나 사람들이 집회에 나오지 않고, 세월호를 이야기 하는 것을 싫어하기 시작하고..... 


그 때 쯤이었던 거 같다. 사람은 살리고 봐야 한다고, 유민 아버님 대신에 자신이 단식하겠다고 나서 준 정치인. 쇼 한다고 욕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말로만 유가족을 위한다고 해놓고는 뒤통수 치거나 아예 콧배기도 안 보이는 정치인이 아니라 묵묵히 행동으로 움직이는 사람. 지난 2012년 대선에 패한 사람이라 아무리 노무현 대통령의 친구이고 동지라고는 하지만 무언가 많이 부족하고 모자라 보였던 그 사람이 다시 보였던 거 같았다. 그리고, 그가 정말 거지같던 그 정당을 바꿔보겠다며 당대표에 출마한다고 그랬다. 그리고, 그 전후로 그 당에서 뭔가 맘에 안 드는 일이 결정될 때마다 거기에 반대하던(내가 지지하던 방향을 주장하던) 일부 의원들이 '더럽다 더럽다 하지 말고 당원으로 가입해서 힘을 실어달라'라고 했던 SNS 글을 봤었다. 뭔가 눈에 쓰였는지, 아님 사고회로가 잘 못 기능을 했는지, '그래, 어디 한 번 당원 가입해서 도와줄테니, 그래도 못하면 내가 욕을 몇 십만 배로 해 주마' 하며 근처 시도당 사무실을 직접 찾아가 당원 가입을 하게 되었다.


그게 불과 2년 8개월 전.... 정말 많은 일이 있었다. 당원 가입을 했는데, 당비를 내지 않아 권리당원이 아니라고, 당 대표 선출하는데 내게는 투표권조차 주어지지 않았다. 열받아서 당비를 1000원으로 해서 넣었더니 6개월 입금 내역이 있어야 한다고 해서 뭘 할 수도 없었다. 그리고 다행히 그 사람이 당 대표가 되었지만, 당 자체는 변화하는 과정에서 구태와의 싸움이 계속이었다. 당 대표 된 지 얼마 안 되 치러진 선거에서 졌다고 공천이니 뭐니 다 계파들이 나눠먹기해서 져 놓고는 책임만 지라는... 못하는 스포츠팀이 감독만 자꾸 잘라대고, 그러면서 계파끼리 돌아가며 수장 나눠먹고 좋은 자리 나눠 가지고, 당원은 전혀 보지 않고... 그러니 국민을 바라볼 리가 없는... 너무 열받았다. 시당에 전화해서 내 의사를 밝혀도 그냥 그 이야기를 듣는 시당 직원만 불쌍한 상황. 결국 다시 SNS였다. SNS에서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과 정보를 나누고, 혼자 인터넷 뒤져가며 의원들, 정치 이야기들 다 뒤져가며 크로스체크하고 그러니 하나 둘씩 보이기 시작했다. 누가 정치자영업자이자 꾼들이고 누가 계파놀이 하고 누가 민의를 위하는 동량들인지.


계파 나눠먹기 하지 말자고 앞으로 얘기 해놓고는 당과 당대표를 흔들어대는 이들, 다 같이 모여서 토의하고 정한 혁신안을, '난 반대했으니 통과됐어도 난 안 지키겠다'는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정말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보이는 정치인들. 이들을 혼내주고 싶어도 SNS에서 욕하는 것 빼고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그 때 쯤이었다. 월 2천원이면 지역위원회에 대의원을 신청할 수 있고 대의원만 되면 나도 저 XXX같은 국회의원과 적어도 전당대회나 대의원대회에서는 같은 1표라는 거. ARS 전화투표나 할 수 있고 그것도 낮은 비율로 반영되는 권리당원을 하느니 할 수 있으면 대의원을 하는 게 낫지 않겠냐는 생각. 하지만, 당시 내가 지역위원회에 신청하려고 보니 내 지역위는 저 XXX 같은 국회의원의 지역위원회였다. 합의된 내용을 따라갈 생각 없고 내 밥그릇만 중요한 그런 XXX 같은 국회의원. 그래서 대의원 신청은 하지 않았다. 어차피 했어도 자기 사람 챙기기 하느라 나같은 뉴비에게 줄 리도 만무했고, 그리고 그랑은 같은 지역위 대의원이 되고 싶지도 않았고...


그러는 동안 당은 자꾸 저 계파질 보장을 요구하는 애들이 연판장 돌리고, 결국에는 다들 탈당해서 이른바 궁물이로 새 집 차려 나가버렸다. 계속 흔들려 대면서 시원스럽게 대응하지 못하는 당이나 당대표가 맘에 안 들었지만, SNS에서 열심히 당을 지키고자 글을 써댔다. 그리고 서로 격려했었다. 그리고는 그 온라인 당원 가입이 가능해지면서 10만 당원 동지들이 들어왔다. 물론 그 누군가를 보고 들어왔겠지만, 난 원칙을 지키고자 하는, 그래서 새로이 태어나려고 하는 당에 대해서 지지자들이 행동으로 보여준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에서 동지가 늘었고 점점 더 얘기를 나누고 의견을 교환하고 공유할 친구들이 늘어났다.


그리고, 그 구태들이 나간 자리에 정말 생각지도 못한 멋진 사람들이 영입되어 왔다. 하루하루가 Up & Down이었지만, 그만큼 역동적이었고 그렇게 정치가 재밌어졌다. 아, 이런 게 정치구나. 그냥 사람 사는 이야기이고, 그걸 어떻게 공유하고 합의하고, 그걸 어떻게 같이 실현해 나가는 거구나 하는 걸 알게 되어가는 과정이었다. 왜 이제서야 이런 걸 알게 되었나 싶었다. 그렇게 총선 기간을 열심히 버텼다. 그러니까 제1당이 되었었다. 10여년 만에 승리란 걸 해 보게 되었다. 그러니까 더 정치가 재밌어졌다. 승리의 맛을 보니 더욱 더 승리가 고파졌고, 이 길이 맞다고 생각이 드니까, 흔들리지 않고 원칙을 지켜가며 중심을 잡아 준 그 정치인이 더 믿음직해졌다.


하지만 제 1당이 되었어도 헤쳐 나가야 할 일은 많았다. 당 내에 아직도 남아 있는 구태들. 이제는 뛰쳐나가 대놓고 구태짓거리에 동참하는 것들, 그리고 거기에 편승해서 떡고물 챙겨 먹는 이들. 인생 하루하루가 사건의 연속이듯, 정덕에게 매일매일이 사건의 연속이고, 그걸 어떻게 봐야 하는지는 늘 새로운 도전이고 재밌는 숙제였고 공부였다. 하지만, 지금처럼만 하면 언젠가는 이길 수 있다, 해낼 수 있다는 생각이 힘이 되었고, 대의원이 되어 내 권리도 찾고, 그 권리로 실제 8월 전당대회에서 다함께 해내는 기쁨도 맛보고..


중간중간에 많은 일이 있고 몇몇의 이탈자도 나오고 당원 사이에 앙금도 좀 쌓이기도 했지만, 그래도 다들 당과 후보와 당원들이 모두 하나되어, 정말 간절하게 뛰는 그런 엄청난 경험도 하고.... 내가 만든 자료가 시당에서 사용되기도 하고, 다 같이 유세하고 집회하며 즐기고, 그리고 그 끝내 이기는 즐거운 경험.


정치가 이렇게 즐겁고 소중하고 내 삶에 활력소가 될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며, 이렇게 나를 변화시키게 된 계기를 가져다 준 하늘에 별이 된 아이들을 위해 더욱 더 노력하겠다는 다짐을 다시 한 번 해 본다.


이제 2라운드가 시작이다. 이제 당 하나 겨우 바꿔 나가고 있지만, 이젠 나라다. 

제대로 된 나라를 만들어서 아이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어른이 꼭 되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 좀 더 정치에 관심을 가지고 행동하는 어른이 되어야겠다고 또 다짐해 본다.


#용두사미다 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