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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Story/소회(素懷)

내가 만약 결혼한다면...

사람들이 놀랠까?

뭐 이런 얘기가 아니라 RSS Feeder로 구독(?)하고 있는 음반수집가 님의 '음악속으로'란 Blog에 음반수집가님의 아내 분께서 올리신 '음반수집가의 안해로 살아간다는 것은....'이라는 글을 읽고 이런저런 생각이 들어서....

대학원 시절에 절친하던 친구 한 녀석이 '결혼은 35살 넘어서 할 거다'라고 해서, 그 이유를 물었더니, '꼭 사고 싶은 천체 망원경이 있는데, 그걸 결혼한 뒤 돈 모아 사는 건 무리인 거 같고, 총각시절 열심히 모아서 살려면, 아마 대충 계산상 34~5 정도에는 살 수 있을테니까... 그거 산 뒤에 결혼할거야'라고 대답했었다. 그 때, 나를 비롯해서 다른 친구들도 그냥 허허허 하면서 웃어 제꼈는데... 정말 그 친구가 말한 나이가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서 내 현재 모습을 보니 그 친구와 뭐가 다른지 잘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것저것 사고 싶은 것도 많고 하고 싶은 것도 많고... 그러다 보니 본 업무를 소홀히 할 때도 종종 있고... 이 (남들 보기에 쓰잘데기 없어 보이지만) 하고 싶은 것들을 하는 데에도 시간이 모자란데, 언제 사람을 만나고 또 사람을 알고 지내며... 그 사람에게 나와 한 평생을 살자는 거창한 얘기를 꺼내는 그런 건 꿈도 못 꾸지만, 내가 이런 짓 해도 같이 살아줄래 라고 하면 누가 나 같은 사람이랑 같이 지내려 할까 라는 생각....

저 '음반수집가의 안해'님의 글을 보면, 음반수집가님의 취미에 대해 불만이 없다시는 '안해' 분이 너무나 존경스럽고, 저런 분이 또 어디 없나 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그 '안해'님과 결혼하기 위해 '음반수집가'님은 나름 공을 들이셨는데... 원체 나란 인간은 그런 것조차 생각조차 안하니.. 말 그대로 언감생심, 나무에서 배 떨어지기 기다리는 심뽀랑 뭐가 다른가라는 약간의 자괴감마저 드는....

그렇다고 당장 '결혼'이 하고 싶다는 건 아니다. 아니 '언젠가는 결혼해야 겠다'라는 생각이 있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간혹 저런 글을 읽다 보면, 나란 인간은 도대체 남들과 뭐가 달라서 이렇게 홀로 튀어 살게 되는지, 또는 그럴려고 노력하는 지 잘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갈수록, 지인들(가족 친지는 물론 직장 동료나 선후배들)과 간만에 연락이 되면, 이젠 '잘 사냐' 다음엔 '결혼 안 가냐'인데... 그럴 때마다, '그거 굳이 해야 되요'라며 반은 객기 반은 진심으로 대답하고는 있지만, 정말 내가 결혼을 안 하고 싶은 건지 아니면 그냥 남들과는 다르게 살아보겠다는 건지... 아니면 또 다른 정답은 무엇인지가 갑자기 궁금해졌다.